외로움은 세상이 나를 밀어낼 때가 아니라, 내가 나를 밀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완벽한 외로움은 고독이 되고, 지독할 만큼 아름다워진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눈물이 나는 것이다.
국보(2025)의 주인공 키쿠오의 인생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다. 야쿠자였던 아버지가 다른 야쿠자 집단에게 죽임을 당하는 날, 키쿠오는 단순히 한 인간을 잃은 것이 아니다. 자신을 지탱해 줄 세계를 함께 잃었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사람이 하나이 한지로다. 가부키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지만 정작 재능이 부족한 아들을 둔 남자. 한지로는 자신의 아들 슌스케에게서 찾지 못한 무언가를 키쿠오에게서 발견하고 그를 양자로 거둬들인다. 키쿠오에게 한지로는 스승이면서, 끊어진 삶을 다시 이어준 사람이다. 그렇게 키쿠오는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다.

언뜻 세상은 노력하는 자의 편인 것처럼 보인다. 키쿠오는 남다른 재능을 지녔고 누구보다 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인다. 한지로 역시 그런 키쿠오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마침내 키쿠오에게 ‘하나이’의 이름을 물려주기로 하고, 모든 것이 그의 손에 들어오는 듯한 날이 찾아온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지로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이름을 건네는 손이 끝내 닿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이어받는 것은 키쿠오가 아니라 친아들 슌스케다.
여기서 국보(2025)는 잔인해진다. 키쿠오는 평생 재능으로 자신을 증명해왔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가 마주한 것은 재능으로는 넘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을 길러준 스승의 사랑도, 무대 위에서 쌓아온 실력도, 마지막에는 친아들에게 돌아가는 이름 하나를 막아내지 못한다. 키쿠오는 기다리는 사람이기를 포기한다. 주어지지 않는다면 빼앗아야 했다.

딸과 함께 산사를 찾아 소원을 비는 장면에서 키쿠오는 섬뜩하게 예고한다. 딸이 무엇을 빌었느냐고 묻자, 키쿠오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최고의 재능을 갖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보통의 사람에게 소원이란 앞으로 얻고 싶은 것을 바라는 일일 테지만, 키쿠오에게 소원은 자신이 무엇까지 내놓을 수 있는지를 묻는 거래에 가깝다. 그리고 그의 소원은 결국 이루어진다.
그 대가로 키쿠오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하나씩 밀어냈다. 사랑도, 우정도, 양심도, 삶도 자신의 무대를 위해 잘라냈다. 그렇게 비워낸 자리에 남은 것이 ‘국보’라는 이름이 남았다. 모두가 바라보는 무대에 올라섰지만, 정작 그 무대에 함께 설 사람은 남아 있지 않다. 세상이 그를 고독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무대에 오르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밀어낸 끝에 고독에 도달한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슬프다. 키쿠오가 무대 위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날수록, 그가 외면하고 버린 것들이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키쿠오가 완성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상실을 품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눈물이 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