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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작성일시: 2026년 6월 3일 오후 01:58

케인 파슨의 <백룸>은 2026년에 개봉되었으나, 오래전부터 이미 유명했다고 볼 수 있다. 옛 인터넷의 드림 코어, 공간에 대한 두려움, SCP와 같은 엔티티 등에 더불어 그 당시 세대들이 즐겨 보던 것이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개봉 8일 만에 50만 돌파와 같은 기록은 놀랄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은 광고에 불과했다. 관객들을 모을 광고. 즉,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단순히 친숙한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백룸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처럼 탄탄한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은 이유는 노스탤지어(우리 말로는 향수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뇌가 썩기 전, 인터넷이 지금처럼 독해지기 전 그 시절의 감성. 어린 시절 접했던 공포가 스크린 위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장르적으로는 <샤이닝>이나 〈겟 아웃〉처럼 심리 공포에 가깝고, 이 영화의 공포는 단순한 점프 스케어가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온다. 다만 영화는 그 균형을 잘 잡았는데, 백룸이 무엇인지 점차 설명해 나가며 디테일을 파악할수록 영화가 더 깊어지는 구조다.

제작사 A24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A24는 여타 제작사와는 다른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백룸〉에서도 그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영화 속 하늘의 색감과 공간을 감싸는 분위기는 일반적인 공포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며, 현실과 영화 속 세계를 의도적으로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 인식하면 계속 느껴지는 부분이다. 어떤 관객들에게는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고, 실제로 상영 후 그런 말을 직접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이 영화를 끝까지 흥미롭게 만든 이유였다.

감독 지망생으로서 영화를 분석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점프 스케어도 미리 읽히는 편인데, 이 영화는 달랐다. 모든 예측이 빗나갔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케인 파슨스가 만 20세로 이 작품을 연출한 최연소 감독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A24라는 까다로운 환경 속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건 단순한 데뷔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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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평

펄프 픽션

펄프 픽션

《펄프 픽션》은 1990년대 미국 사회의 대중문화를 강하게 반영한 작품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범죄자임에도 평범한 일상 대화를 나누고, 식당·자동차·TV 프로그램 등 당시 미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선과 악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실적인 세계관을 보여 준다. 또한 사건이 시간순으로 전개되지 않는 구조는 인물들의 선택과 운명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기존 범죄 영화와 차별화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다.《펄프 픽션》은 기존 범죄 영화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고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뒤섞어 전개함으로써 관객이 직접 이야기를 조립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비선형적 서사는 영화에 독특한 긴장감과 재미를 부여하며, 이후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큰 영향을 주었다.또한 영화는 범죄와 폭력을 다루면서도 이를 무겁게만 표현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살인이나 범죄와 같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관객은 범죄자를 단순한 악인이 아닌 복합적인 인간으로 바라보게 된다. 특히 인물 간의 재치 있는 대사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그러나 폭력적인 장면과 범죄를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했다는 점에서 비판도 존재한다. 일부 관객은 영화가 폭력을 지나치게 멋있게 포장하여 윤리적 문제를 희석시킨다고 지적한다. 또한 비선형적 구조가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내용이 어렵고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그럼에도 《펄프 픽션》은 독창적인 서사 구조와 개성 있는 캐릭터, 뛰어난 대사로 영화사에 큰 영향을 남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영화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새롭게 제시한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한편 감독인 Quentin Tarantino가 직접 '지미'라는 인물로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단순한 카메오 출연을 넘어 감독이 자신의 세계관 속에 직접 참여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영화 전반에 담긴 타란티노 특유의 개성과 존재감을 더욱 강조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펄프 픽션》을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1990년대 미국 대중문화와 영화적 실험정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만든다.

메이즈 러너

메이즈 러너

<메이즈 러너>는 단순한 YA(Young Adult) 디스토피아 영화가 아니라, '공간을 서사의 엔진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많은 미스터리 영화들이 정보를 숨김으로써 긴장을 만들지만, 이 영화는 거대한 미로 자체를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하게 만든다. 관객은 주인공 토머스와 동일한 정보만을 공유하며 세계를 인식하게 되고, 이러한 제한된 시점은 자연스럽게 몰입을 유도한다. 원작 소설이 인물들의 내면과 세계관을 비교적 세밀하게 탐구한다면, 영화는 미로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에 집중한다. 이는 매체가 가진 표현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영화가 원작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언어로 재구성했음을 보여준다.특히 웨스 볼 감독의 연출은 미로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서사의 핵심 장치로 활용한다. 미로의 구조를 한 번에 설명하지 않고 조각난 정보로 제시함으로써 관객은 인물들과 함께 탐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알프레드 히치콕이 강조했던 '관객 참여형 서스펜스'와도 연결된다. 영화는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끊임없이 생산하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촬영 역시 주목할 만하다. 초반부의 핸드헬드 카메라와 좁은 프레이밍은 인물들의 혼란과 불안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반면 미로의 전경을 보여주는 와이드 샷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규모의 과시가 아니라 영화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또한 <메이즈 러너>는 괴물이나 액션보다 집단의 질서와 생존 규칙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미로 밖 세계보다 글레이드 내부의 사회 구조가 먼저 설명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의 진짜 갈등은 괴물과 인간의 대립이 아니라,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집단과 변화를 추구하는 개인의 충돌이다. 다만 영화 후반부는 미스터리의 축적 속도에 비해 해답의 깊이가 다소 부족하다는 한계를 가진다. 관객이 기대한 철학적 질문보다 플롯 진행에 집중하면서 일부 주제 의식이 단순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즈 러너>는 제한된 공간, 정보 통제, 시점 설계를 통해 긴장감을 구축하는 연출 측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결국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미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미로 안에 가두는 것'에 있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로를 탈출하려 시도하게 되며, 바로 그 지점에서 <메이즈 러너>는 성공적인 장르 영화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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